러닝타임 1시간 22분의 최종회는 원작의 내용을 비교적 충실하게 따라가면서 꼭 나와야될 장면은 다 나왔고, 안드레이와 피에르가 각자 추구하던 삶의 방향을 어떻게 결정지었는지 잘 보여준 결말이라, 6편의 에피소드 중에 가장 좋았다.
마지막회는 러닝타임도 길고 여러가지 이야기가 펼쳐지는 관계로, 리뷰도 2편으로 나눠서 써 보았다.
러시아의 성도인 모스크바를 굽어보면서 시작되는 오프닝.
보로디노 전투 이후 러시아군의 퇴각으로 모스크바 입성을 눈앞에 둔 나폴레옹.
나폴레옹은 이 유서깊은 도시에서 자신의 관대함을 과시하겠다고 생각했으나 현실은....
(보급과 숙소가 갖춰진 모스크바를 인질로 잡고 눌러앉으면 러시아 황제가 알아서 항복하겠지가 본심)
나타샤는 보로디노 전투에서 돌아오는 부상병들에게 모스크바의 저택을 숙소로 제공한다.
하여간 로스토프 집안 사람들 인심 후한건 혈통인듯...
백작부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산을 싣고갈 피난 마차에 위독한 부상자 몇 명을 태우고 가기로 결정하는 로스토프 백작과 나타샤.
나폴레옹이 도시를 점령하기 전에 모스크바를 떠나 피난길에 오르는 로스토프 가족.
퇴각하는 패잔병과 피난민, 약탈과 무질서로 엉망이 된 모스크바 거리에서 다시 만난 나타샤와 피에르.
피에르는 나폴레옹을 암살하기위해 모스크바에 남는다는 말을 남기고 나타샤에게 작별을 고한다.
자신의 저택을 차지하고 있던 프랑스군 장교 랑발과 술을 마시며 하룻 저녁을 보낸 피에르는, 랑발이 잠든 사이에 무기를 하나 훔쳐서 모스크바 거리로 돌아간다.
나폴레옹이 도착한 그날 밤 의문의 방화로 불바다가 된 모스크바.
프랑스군에게 숙소와 보급품을 넘겨주지 않기 위한 조직적인 방화였다는 썰이 가장 신빙성이 있다.
화재의 와중에 사람들을 도와주던 피에르는, 프랑스군의 포로가 되어 간신히 총살형을 면하고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러시아인들의 정신적 지주인 성스러운 도시 모스크바가 불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절망에 빠진 사람들.
한편 소냐는 피난길에 동행시켰던 부상병들중에 안드레이가 있는걸 발견하고
로스토프 백작부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타샤에게 안드레이가 있는 곳을 알려준다.
약혼한 상태로 떨어져있다가 파혼하고, 몇년만에 다시 만나게 된 나타샤와 안드레이.
안드레이가 살아있다는걸 마리아에게 알려주려고 득달같이 달려온 니콜라이.
좋은 소식이긴 한데 문제는....
나타샤와 안드레이의 약혼 관계가 부활할 경우, 이 커플은 맺어질수가 없다..
그리고 둘 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쉬워하는게 표정에 다 드러남.
(마리아역 캐스팅을 이렇게 잘한건 아무리 봐도 이번이 처음이다)
모스크바 화재 이후 정신적으로 뭔가가 무너져 내린듯 변해버린 로스토프 백작.
성도인 모스크바의 파괴가 러시아인들에게 끼친 영향은 어마어마했던것 같다.
배신으로 상처를 줬다는 죄책감과 되살아난 애정으로, 안드레이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나타샤.
안드레이는 죽음에 근접한 순간에 깨달았던 신의 사랑과 자비로 모든걸 용서하고 세상 만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긴 하지만, 자기에게는 그 깨달음이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
나타샤는 안드레이에게 살아날수 있다는 희망을 주려고 노력하지만, 안드레이의 생각의 방향은 점점 삶을 포기하는 쪽으로 흘러간다.
연기가 요상하게 딱딱하고 건조하긴 하지만, 역시 릴리 제임스는 초반기의 철없는 소녀 시절보다는 상처와 시련을 겪은 후반기의 성숙한 어른 시절이 더 잘 어울린다.
전쟁으로 집안은 완전히 몰락하고 모스크바 화재 이후 멘붕한 백작이 가장 노릇을 못하게 되자, 로스토프 백작부인은 소냐에게 니콜라이를 완전히 포기하라고 종용한다.
소냐에게서 결혼 약속은 없었던 걸로 하자는 편지를 받은 니콜라이의 반응은.....
"하느님, 감사합니다."
부관들은 나폴레옹을 공격해서 성도에서 화려한 승리를 쟁취하고 싶어하지만, 쿠투조프는 나폴레옹이 스스로 물러갈 때까지 기다리라고 명령한다.
드라마에서는 쿠투조프가 아무것도 안하고 마냥 기다리고만 있다가 나폴레옹군이 스스로 물러나면서 승리를 날로 먹은것처럼 나오지만, 사실 쿠투조프의 군대는 후퇴해서 모스크바 남부의 곡창 지대와 병참 기지를 지키고 있다가, 프랑스군이 퇴각 루트를 남쪽으로 잡자마자 후려쳐서 초토화된 기존의 침략 경로로 되돌아가게 만들었다.
남부로 진군해서 좀더 온화한 기후에서 식량과 병참 보급을 확보하고 국경쪽으로 퇴각하다가 여력이 되면 상트 페테르스부르크를 쳐서 러시아를 항복시킨다는게 나폴레옹의 야무진 계획이었는데, 쿠투조프가 이걸 원천봉쇄시키면서, 결국 프랑스군은 혹독한 추위 속에서 퇴각하다가 극소수만 국경을 넘게된다.
모스크바를 점령하고 짱박혀 있으면 러시아 황제가 알아서 항복할줄 알았던 나폴레옹은, 예상밖의 화재로 군대의 숙식 해결 계획이 박살나고, 러시아군은 도망가서 싸울 생각도 안하고, 황제는 항복할 기미가 없고, 자존심때문에 퇴각도 못하는 사면초가에 빠짐.
러시아 대사 출신 장군과 폴란드인들이 러시아의 겨울은 혹독하다고 그렇게 난리쳐도 말 안듣고 무려 한달을 뭉개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될 때 퇴각 결정을 했으니, 아무래도 이 때 나폴레옹의 판단력이 가출을 했었나보다.
안드레이를 만나기 위해 로스토프 일가가 피난간 곳을 찾아가는 마리아.
전쟁과 평화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등장 인물이 마리아인데, 이번엔 캐스팅도 절묘하고 비중도 꽤 커서 정말 마음에 든다.
마리아는 안드레이를 만난 뒤 '이틀전부터 뭔가 달라졌다'는 나타샤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된다.
안드레이는 자기가 걸고 다니던 성상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모든 감정 표현을 차단하면서 세상과 인연을 끊고 자신이 선택한 죽음을 맞을 준비를 한다.
방을 나서면서 오빠의 죽음을 직감하고 오열하는 마리아.
안드레이의 죽음을 같이 겪으면서 마리아와 나타샤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된다.
가족들과 로스토프 집안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종부 성사를 받는 안드레이.
조용히 안드레이의 임종을 지켜보는 마리아와 나타샤.
안드레이의 죽음을 묘사한 장면.
유체 이탈을 해서 죽어가는 자신을 바라보다가 잠시 자기가 살아온 과거를 반추한 뒤, 먼 길을 떠나는 안드레이.
몽환적이면서도 시적인 연출이 좋았다.
안드레이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마리아와 나타샤.
안드레이를 잃고 회한과 상실감으로 고통받는 나타샤.
예나 지금이나 안드레이의 죽음은 참 미스테리한데, 시간이 지나고보니 약간은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부족한 이해력으로 간신히 정리해본 내용을 풀어보면...
안드레이의 죽음은 전쟁에서 입은 부상보다는 안드레이 자신의 선택에 기인한다.
보로디노에서 죽음에 근접하는 체험을 하면서, 안드레이는 여동생이 항상 강조하던 신의 사랑과 자비의 의미를 깨닫고 그렇게 증오하던 아나톨리를 용서하는 동시에, 세상 모든것을 신의 사랑을 통해 이해하려고 한다.
하지만 신의 사랑을 되새기면서 살기에는 자신이 너무 오랫동안 그 반대의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모든것이 너무 늦었다는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 부상으로 몽롱한 상태에서 계속 그런 상념에 잠겨있다가 나타샤와 재회하게 되는데, 어떻게 보면 이 만남이 안드레이가 죽음을 결심하는 계기가 된것 같다.
나타샤를 다시 만나면서 나타샤에 대한 애정이 되살아나는 것과 동시에, 이미 용서했던 아나톨리에 대한 질투와 미움, 그리고 인간 세상의 온갖 번뇌가 다시 찾아오자, 안드레이는 이전에 경험했던 순수하고 고고한 정신 세계를 되찾고자 하지만, 이미 확고하게 굳어진 자신의 인격으로는 그런 정신 세계를 지탱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정신적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방법은 죽음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안드레이는 결국 삶에 대한 의지를 포기하고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자신이 추구하던 신의 섭리에 동화된다.
(내가 써놓고도 뭔 소린지 헷갈리는데 대략 이런 얘기인것 같다..)
어쩌면 안드레이에게는 러시아의 귀족 군인보다는 티벳 구도자의 삶이 더 어울렸을지도 모르겠다.
대략 여기까지가 고뇌하는 두 친구중 한 명이 자신의 길을 찾아간 이야기가 되겠고, 나머지는 최종회 리뷰 2편에서 계속.
[2016-02-16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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