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를 다 보고나면 대충 분위기에 적응 완료되는 전쟁과 평화 2회 리뷰.
역시 화면은 정말 멋지다. 1회와는 또 다른 오프닝.
1회에 쿠라긴 부녀의 마수에 걸린 피에르는 엘렌과 결혼한다.
짧았지만 그리스 정교 사원에서 촬영한 결혼식 장면은 이국적이고 근사했다.
부상은 회복됐고 진급을 했다는 니콜라이의 편지를 받고 기뻐하는 나타샤와 로스토프 백작.
첫 만남에서 전투에서의 전공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안드레이와 니콜라이.
전쟁에서 국가보다 개인의 명예를 우선시하는 러시아군 장교들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재밌는건 첫 만남부터 서로 비호감이었던 두 사람은 나중에 친척 관계로 엮이게 된다. 둘 중 하나가 저 세상 사람이 된 다음의 일이지만.)
한편, 피에르의 발목을 잡는데 성공한 쿠라긴 공작은 이번엔 아들 아나톨리를 부유한 상속녀와 결혼시키려는 목적으로, 볼콘스키 노공작에게 방문 의사를 전달한다.
바실리 쿠라긴의 사람됨을 속속들이 알고있는 볼콘스키 노공작은, 이 부자의 목적이 결국 돈이라는걸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문제는 쿠라긴 가문이 아니라도, 이 영감님은 딸을 결혼시킬 생각이 아예 없음.
리즈와 시녀인 부리엔은 맞선을 위해 마리아에게 꽃단장을 시켜주는데, 이런 시도는 손님들 앞에서 노공작의 비웃음을 사는 결과를 낳는다. (딸한테 왜그래요, 영감님ㅠ)
그리고 마리아는 (설정상)사교계 최고 미남인 아나톨리와 첫 대면을 하게 되는데, 남자를 만나본 경험이 없는 마리아는 처음엔 긴장하지만, 유명한 바람중이인 아나톨리의 말빨에 넘어가 경계심이 호감으로 변한다.
아나톨리는 계속 보니 정들었는지 두번째는 거부감이 좀 덜한데, 문제는 이 마른 멸치같은 친구가 조각 미남역을 한다는 설정에는 역시 익숙해지기 힘들고, 이 건어물군이 자기가 맡은 바람둥이 역에 충실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느끼한 연기를 하는데 그게 더 봐주기 힘들다는 것이지.
순박한 마리아는 미래의 배우자가 될지도 모르는 건어물군을 위해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불러주는데, 이 못된 놈은 마리아의 시녀 부리엔에게 손장난을 하고, 시녀는 그걸 즐기고 있는 총체적 난국.
그 동안 쿠라긴 공작은 볼콘스키 공작에게 마리아를 자기 아들과 결혼시키는게 어떻겠냐는 발목잡기 작업을 시작하고, 볼콘스키 공작은 딸이 좋다고 하면 자긴 상관없으니 딸에게 공개적으로 구혼을 하고 의사를 물어보라고 제안한다.
물론 영감님은 딸을 시집보낼 생각이 한톨도 없음.
그리고 다음날 딸에게 쿠라긴 공작의 청혼 사실을 전해주면서, 노공작은 딸의 행복감에 비수를 꽂는다.
"네가 그 집안에 시집가면 부리엔도 같이 갈테니, 넌 그놈의 마누라가 되겠고 부리엔은...."
(정부가 된다고라?)
기뻐하던 마리아의 표정은 영감님의 심술궂은 이 말에 싸하게 굳어진다.
울면서 아버지의 방에서 뛰어나오던 마리아는, 온실에서 시녀의 치마를 들추며 놀고있는 아나톨리를 발견하게 되고.....
양가 부모와 아나톨리가 있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구혼을 거절한다.
그리고 아우스터리츠 전투 이야기로 넘어가서...
황제에게 프로이센 지원 병력이 올때까지 기다리자는 제안을 했다가 거절당한 쿠투조프는 전투에서 많은 사상자가 나올것을 예견하고, 가족에게 미리 편지를 써두라고 안드레이에게 조언한다.
가족에게 애정어린 편지를 쓰던 안드레이의 본심은 가장 마지막에 나온다.
"하지만 저는 단 한순간의 영광을 위해서, 제 모든것을 포기할겁니다."
러시아군은 아우스터리츠에서 전략적 요충지인 프라첸 고지를 선점해서 여기에 진을 친다.
전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을 차지하는 것이 이 전투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는데, 나폴레옹이 러시아군을 고지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다부가 이끄는 프랑스군 우익에서 미끼를 흔들자마자, 멍청한 알렉산드르가 이 미끼를 덥석 물고, 쿠투조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지에 있던 부대에 돌격 명령을 내린다.
나폴레옹군은 전열이 흐트러진 러시아군을 중앙에서 쳤고, 채 20분도 안되는 사이에 프라첸 고지는 프랑스군에게 넘어가, 아우스터리츠 전투는 나폴레옹의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승리로 끝난다.
생각보다 아우스터리츠 전투는 간략하면서 핵심적인 부분만 집어서 잘 표현한것 같다.
어쨌거나 중요한건 알렉산드르 1세의 두 번에 걸친 X삽질로, 결국 3차 대불 연합은 동맹군의 패배로 끝났다는 내용이니까.
상관의 명령으로 황제를 찾으러다니던 니콜라이는 참혹한 전쟁터의 참상과, 전장에서 훌쩍거리는 황제를 목격한다.
안드레이였다면 자기 실책으로 패전을 당하고 찔찔짜는 황제를 한심하게 생각했겠지만, 단순하고 우직한 군인인 니콜라이는 여기서 황제에 대한 충성심이 더 강해진다.
프랑스군의 공격을 받고 패주하는 부하들을 독려하기 위해 깃발을 들고 진격하던 안드레이는 부상을 당해 쓰러지고, 전장을 둘러보던 나폴레옹과 마주치게 된다.
다른 귀족들과는 달리 안드레이는 나폴레옹의 능력을 인정하고 영웅 숭배 심리도 있었지만, 자기 개인의 영달에만 집착하는 나폴레옹의 소인배적인 모습에 실망한다.
부상당하고 쓰러진채 푸른 하늘을 보며 안드레이는 인간들이 추구하는 명예나 가치가 얼마나 헛된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왜 전에는 몰랐을까? 저 깨끗하고 청명한 하늘에 비하면 우리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야."
전쟁이 끝나고, 니콜라이는 상관이자 친구인 데니소프와 함께 귀향한다.
전쟁의 참혹함과, 퇴폐적인 어른들의 세계를 경험한 니콜라이는 소년에서 어른이 되어 돌아왔고, 소냐에 대한 태도도 예전과는 달라졌다.
변한 니콜라이를 본 소냐는 나타샤를 통해서, 니콜라이를 자신과의 약속에서 자유롭게 해주겠다는 말을 전한다.
볼콘스키 공작가에는 안드레이의 전사를 통보하는 쿠투조프 장군의 편지가 날아온다.
하지만 임산부인 리즈에게 충격을 주지 않으려고, 마리아는 안드레이의 전사 사실을 숨기고
안드레이는 리즈가 출산하는 도중에 집에 돌아오는데...
리즈는 아들을 출산한뒤 세상을 떠난다.
중요한걸 잃은 다음에야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게 안드레이의 비극이다..
한편, 피에르의 결혼 생활은 역시나 순탄치않게 흘러간다.
영지 시찰을 하라면서 피에르를 지방으로 떠나 보내기도 하고, 자식을 갖고 싶어하는 피에르에게 아이는 다른 여자를 만나서 낳으라고 하면서, 이해하기 힘든 태도를 고수하는 엘렌.
엘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피에르는 전쟁에서 돌아온 돌로호프를 자기 집에서 머물게 해주는데
그 친절의 결과는 뼈아픈 배신이다. (역시 호구짓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할짓이 못됨)
엘렌과 돌로호프의 불륜 사실을 알리는 익명의 편지를 받은 피에르.
아내와 친구, 양쪽에게 배신당한 피에르는 배신감과 질투심으로 고통받는다.
전쟁에서 돌아온 군인들을 위해 로스토프 백작이 주최한 만찬에서, 돌로호프는 피에르를 조롱하기까지 한다.
"아름다운 여인들과 그들의 애인을 위해서~"
그리고 돌로호프는 피에르가 들고있던 노래가사가 적힌 종이 쪽지를 채가는데....
드디어 뚜껑 열린 피에르.
"내 것에 손대지마!! 네놈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I challenge you!!" 와...여기서 폴 다노 연기 정말 소름이 쫘악....)
"그 신청 받아주지."
그러나 돌로호프는 전쟁 경험이 있는 베테랑 군인이고, 피에르는 총을 잡아본 적도 없는 민간인.
순간적으로 빡쳐서 결투 신청은 했는데, 그 순간이 지나가니 이성이 돌아오면서 당황해하는 동시에 여전히 분노에 사로잡힌 피에르의 표정을 폴 다노가 기막히게 표현해냈다.
폴 다노가 어린 나이는 아닌데, 둥근 얼굴형에 앞머리를 내리고 안경까지 씌워놓으니 성인 남자라기 보다는 소년 분위기가 더 강해서, 엘렌과 같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소년이 닳고닳은 연상의 누님과 결혼해서 이리저리 휘둘리는 느낌을 준다.
각 인물에 대한 내러티브가 부족하고, 감정을 억누르는게 주특기인 영국식으로 러시아인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다보니 뭔가 겉도는 느낌이 든다는 단점은 있지만, 기본은 해주는 배우들에 영상미와 이국적인 음악이 더해지니 계속 보게되는 매력이 있는 전쟁과 평화.
[2016-01-13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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