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전쟁과 평화 1회에 등장한 캐릭터들 위주로, 원작 소설과 연동한 간단한 인물 소개.
안나 파블로브나 쉐레르 :
황실의 女官. 황후의 최측근이라는 신분때문에 사교계의 중심 인물로 군림한다.
바실리 쿠라긴 공작 :
황제에게 청탁을 전할수 있을 정도의 신분이긴 하지만, 지위에 비해 재력은 없어서 베주호프 백작의 유산을 가려채려다 실패하자, 백작의 상속자 피에르와 딸 엘렌을 결혼시킬 음모를 꾸민다.
질리언 앤더슨은 어린 시절에도 영국에 살았던 적이 있고, 미드 엑스파일이 끝난 이후에 영국에 거주하면서 영드에 많이 출연해서 그런지 의외로 영국식 액센트가 아주 자연스러웠다.
엘렌 쿠라기나, 아나톨리 쿠라긴 남매 :
방탕하고 불성실하기로 쌍벽을 이루는데다, 다른 사람들까지 불행에 빠뜨리는 전쟁과 평화 최고의 발암 캐릭터들.
엘렌은 재산을 노리고 피에르와 결혼한뒤, 아나톨리의 친구인 돌로호프와 바람을 피우다가 들켜서 피에르가 돌로호프와 결투를 하게 만들고, 아나톨리는 나타샤와 안드레이의 약혼을 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원작에서 최고의 조각 미남인 아나톨리 역에 캘럼 터너는 좀 미스캐스팅인것 같다. 소설 속 엘렌은 방탕하고 퇴폐적인 느낌이 강한 금발머리 요부의 이미지인데, 드라마의 엘렌도 그런쪽과는 거리가 멀어서 좀 괴리감이 느껴지고...
안나 드루베츠카야, 보리스 드루베츠코이 모자 :
젊었을 때 남편을 잃은 안나는 친인척들의 자선에 의지해서 아들을 키웠고, 드라마의 도입부에서도 쿠라긴 공작에게 아들이 근위대에 들어가도록 황제에게 청원해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안나는 아들의 대부인 베주호프 백작에게서 아들 몫의 유산을 받는게 어려워지자, 쿠라긴 공작이 유언장을 없애버리려는걸 막고, 피에르를 후계자로 선택한다는 유언장을 공개한 뒤, 피에르에게 후원을 요구한다.
장교 자리를 청탁으로 얻어내는 장면은, 이 시기의 러시아 군대가 얼마나 개판이었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러시아인들은 근거없는 자만심으로 나폴레옹은 러시아의 상대가 안된다고 자신만만해 하는데, 구체제가 지배하는 유럽 전체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 군에 대한 심각한 무지도 엿볼 수 있다.
안드레이 볼콘스키 공작 :
젊은 나이에 벌써 귀족 사회에 염증을 느끼고, 거기서 탈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임신한 아내도 내버려두고 전쟁에 참전하는 허무주의자.
아우스터리츠에서 전쟁의 참상을 경험하고 이제부터는 가족과 함께 조용히 살겠다면서 돌아왔지만, 이미 부인은 아들을 출산하다가 죽은 뒤였다.
명석한 두뇌와 판단력, 유능함과 사회적 지위에 재산까지 갖춘 전쟁과 평화 최고의 엄친아인데, 염세주의와 허무주의적 성향때문에 끝까지 자기 팔자 자기가 말아드시는 인물.
피에르 베주호프 :
베주호프 백작의 서자.
프랑스에 유학했다가 돌아와서 프랑스 혁명 정신을 숭배하고, 나폴레옹을 높이 평가하는 이상주의자.
사교계의 생리를 잘 모르고, 미래에 대한 불안때문에 아나톨리 패거리와 어울려서 방탕한 생활에 빠져있기도 하다.
베주호프 백작이 사망하면서, 유언장에 따라 피에르가 백작 작위와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는데, 세상 물정 모르는 피에르는 재산을 노리고 접근하는 쿠라긴 공작과 엘렌의 속셈을 파악하지 못하고, 결국 인생의 시작부터 쓴 맛을 경험하게 된다.
나타샤 로스토바 :
로스토프 백작의 외동딸.
사교계에 데뷔하자마자 안드레이를 만나 사랑에 빠져서 약혼하게 되는데, 볼콘스키 노공작의 반대로 1년간 안드레이와 떨어져 지내게 된다.
그 동안 안드레이의 가족을 만나러 볼콘스키 가의 시골 저택에 갔다가 엄청난 실망을 경험하고, 그 뒤에 아나톨리 쿠라긴의 유혹에 빠져 안드레이에게 파혼하자는 편지를 쓰고 아나톨리와 같이 야반도주를 계획하는데, 이 사실을 알게된 가족들의 개입으로 실패하게 된다.
아나톨리가 이미 유부남이라는걸 알게된 나타샤는, 안드레이를 배신했다는 죄책감과 자괴감때문에 음독 자살을 시도하려 하지만 실패한다.
주인공이라 그렇지, 알고보면 나타샤도 꽤는 발암 캐릭터적인 면이 있다..
릴리 제임스는 예쁘긴한데, 뭔가 나타샤 특유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고, 나타샤의 소녀 시절 연기는 너무 '발랄함'에만 촛점을 맞춰서 지나치게 오버하는 느낌이다.
원작 캐릭터는 10대 소녀인데 배우는 성인이다보니, 배신과 죄책감, 전쟁을 겪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후반기의 나타샤쪽이 더 잘 어울릴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두고봐야겠지.
역시 오드리 헵번의 나타샤를 능가할수 있는 배우는 아무데도 없다...BBC의 나타샤에 대한 해석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마음에 안 드는데, 어쩔수 없어서 그러는건지 아니면 영국 특유의 고집인건지.
니콜라이 로스토프 :
로스토프 백작의 장남. 원작의 니콜라이는 조연급이지만, 꽤 비중있는 캐릭터다.
소설속 니콜라이는 다혈질이긴 하지만, 순수하고 의리도 있으면서, 자존심과 자립심도 강하다.
(이런 사람을 전쟁에 나가자마자 도망치는 비겁자로 만들다니...)
귀족 사회 남자들이 하나같이 돈 많은 상속녀 꽁무니만 따라다니는데 비해, 니콜라이는 로스토프 백작의 사후에 가장으로서 몰락한 집안을 일으켜야 하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돈때문에 결혼한다는 인상을 주기 싫어서 마리아 볼콘스카야를 일부러 멀리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기 감정을 외면하지 못하고 결국은 마리아와 결혼하는데, 결혼 후에도 아내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집안을 일으킨다.
로스토프 백작부인 :
무골호인인 남편에 비해 현실 감각이 있고, 자녀들에게 자상한 어머니.
(그레타 스카치 아주머니 예전엔 섹시한 팜므파탈 전문이셨는데, 역시 세월은 어쩔수가 없구만...ㅠ 그래도 오랜만에 드라마에서라도 보니 반갑네)
로스토프 백작 :
니콜라이, 나타샤, 페챠 3남매의 아버지이고, 쾌활한 성격의 호인.
속물근성과 가식으로 똘똘뭉친 러시아 귀족 사회에 비하면, 로스토프 가문은 밝고 자연스럽고, 보다 인간적이다.
소냐 로스토바 :
로스토프가의 먼 친척.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로스토프 백작가에서 자랐다.
니콜라이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아들이 돈많은 상속녀와 결혼하기를 바라는 로스토프 백작부인때문에 숨어서 연애해야하는 처지.
결국 이 가난한 더부살이 처녀의 로맨스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마리아 볼콘스카야 :
볼콘스키 공작의 영애이자, 안드레이의 여동생.
원작을 읽다보면 별로 예쁘지도 않고, 내성적인 성격에 딱히 존재감도 없어보이는 마리아에게 묘한 호감을 갖게 되는데, 이게 다 톨스토이의 설계(!) 덕분이다.
마리아는 톨스토이의 어머니를 모델로 만든 캐릭터라고 함.
괴팍한 아버지때문에 혼기가 다 된 나이에도 시골 영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나중에는 오빠인 안드레이의 아이까지 맡아서 키우게 되는데, 나폴레옹의 침공 중에 니콜라이를 만나면서 마리아의 인생에 반전이 시작된다.
니콜라이는 착하고 신앙심깊고 희생적인 마리아의 인품에 처음부터 호감을 느끼다가, 이런 감정이 보호 본능과 결합되면서 결국 사랑으로 발전한다.
배신과 증오, 파경이 난무하는 다른 커플들에 비해 니콜라이와 마리아 커플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꽤나 달달하게 그려지는데, 어머니를 모델로 만든 캐릭터에 대한 톨스토이의 애정을 엿볼수 있다.
볼콘스키 노공작 :
높은 지위와 막대한 재산에도 불구하고 사교계에 대한 혐오때문에 시골 영지에 틀어박혀 사는 괴팍한 성격의 영감님.
자녀들에 대한 애정이 없는건 아니지만 표현을 제대로 못하고, 딸에게는 항상 무시하는 태도를 취한다.
안드레이와 나타샤의 약혼을 반대하다가 결혼 전 1년간 떨어져 지내는 조건을 제시하는데, 결국 이 제안이 두 사람의 파혼을 불러오는 단초가 된다.
리즈 볼콘스카야 :
안드레이의 부인. 사교계와는 많이 다른 볼콘스키 가문 사람들때문에 마음 고생을 하다가, 전쟁에서 돌아온 남편을 만나지도 못하고 출산중에 사망한다.
쿠투조프 장군 :
러시아군 총사령관.
오스트리아가 울름에서 나폴레옹에게 깨지고 전력의 대부분을 잃자, 쿠투조프는 알렉산드르 1세에게 프로이센의 지원 병력이 올때까지 프랑스군과의 전투를 피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세상물정 모르고 철딱서니없는 황제는 전공을 세우고 싶은 욕심에 전략전술의 천재 나폴레옹에게 덤벼들었다가, 아우스터리츠에서 나폴레옹 인생 최고의 승리를 헌납하고 만다.
쿠투조프는 이 패전의 책임을 지고 총사령관의 지위에서 물러난 뒤, 1812년까지 투르크 전쟁에서 러시아군을 이끌게 된다. (대략 요 정도가 1~2부까지 나오게 될 전쟁 스토리)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 이후 프랑스군과의 맞대결을 피하고 동부 내륙 깊숙이 끌어들여 프랑스군의 병참선을 늘리고 보급을 끊는, 드 톨리의 '청야 전술'이 거센 반감을 불러일으키자, 다시 쿠투조프가 총사령관 자리에 오른다.
의외로 쿠투조프는 드 톨리와 같은 노선인 초토화 전술을 선택해서, 전략적으로 우위에 있는 프랑스군과의 전투를 피하는 방법을 썼지만, 드 톨리는 외국인이라 반발을 샀던 것과는 달리, 러시아인이면서 군부를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있는 쿠투조프는 본인의 의지대로 전쟁을 이끌어갈 수 있었다.
물론 보로디노 전투에서 와장창 깨지고 몇만명 죽은 다음에 채택한 청야 전술이긴 하지만, 이후 모스크바 남부 지역을 선점해서 나폴레옹군의 남진을 막고, 보급선이 철저하게 작살난 북부 루트로 되돌아가게 만들어 자멸을 유도한 선구안은 높이 평가할만함.
드라마에서도 쿠투조프는 때가 될때까지 기다리는 참을성이 있고, 큰 그림을 볼줄아는 인물로 묘사된다.
피에르의 팔자가 어떻게 꼬이는지를 보여주는게 파일럿의 핵심이다.
서자 시절에는 그렇게 천대하고 무시하더니, 피에르가 백작이 된 뒤에는 180도 달라진 태도를 보여주는 속물근성의 대표주자 안나 파블로브나.
피에르 본인은 그럴 생각도 없는데, 만찬 자리에서 자기 멋대로 피에르와 엘렌의 약혼을 발표하는 쿠라긴 공작.
(자식들보다는 좀 덜하지만 이 분도 꽤는 발암 캐릭터다....)
어쨌든 대문호의 대하드라마급 장편 소설이라는 밑그림이 있으니, 일단은 끝까지 다 보게될것 같은 전쟁과 평화.
[2016-01-09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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