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 디텍티브 시즌1 포스터


8부작으로 구성된 HBO의 신작 미드 트루 디텍티브 (True Detective). 

매튜 매커너히와 우디 해럴슨이 주연에 제작까지 참여하고, 대작의 산실, 믿고보는 HBO 작품인데도, 사실 별로 볼 생각은 없었다. 

본 사람들의 평가가 극과 극으로 나뉘는데다가, 괜찮다는 평가를 내린 사람들도 하나같이 전개가 느리다, 혹은 지루하다는 평가를 해서...

게다가 주연 배우 둘 다 내가 딱히 좋아하는 배우가 아니라서 정말 볼 생각이 없었는데 결국 보게 된 이유는, 한글 자막 제작에 극악의 난이도를 과시하는 미드라는 소문 때문이었다. 

도대체 뭐가 얼마나 어렵길래 그러나 해서 도전정신으로 1편을 한번 보고난 감상은, 이거 한국에서는 흥하기 어려운 미드겠다는 것이었다. 

한글 자막에 한번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도 1편을 보고 고이 접어버렸다. 

(그랬다가 나중에 전편을 다 만든게 함정....) 


트루 디텍티브 시즌1 포스터

웨스트윙이나 뉴스룸, 사이크같은 미드에 비하면 난이도가 좀 낮은 편이지만, 이 드라마는 사건 자체보다 스타일이 정 반대인 두 형사에 대한 묘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게 문제. 

지극히 평범하고 상식적인 일반인 마티 하트. 

대인 관계에 문제가 있고, 비관주의자에 현학적인데다 어두운 과거까지 장착한 속을 알수 없는 러스트 콜. 

이 두 주인공의 대비가 상당히 중요한데, 각 캐릭터의 특성을 억양, 말투, 사용하는 어휘의 차이 같은걸로 대사에 녹여놓아서 그걸 한글 자막으로 표현하면, 결국 드라마 맥락의 일부밖에 옮길수가 없다. 

게다가 진행이 느릿느릿해서 대사가 정말 중요한데, 콜의 대사는 뭔가 함축적인 의미도 있고, 다음회를 위한 복선의 의미도 있는것 같아서, 원문을 뜻이 명료한 한글로 바꾸는게 정말 어렵다. 


이 드라마는 초기 진입 장벽도 높은것이, 스토리 텔링이 상당히 불친절하다. 

드라마는 마티 하트의 인터뷰 장면으로 시작되는데, 전 파트너와의 관계가 어땠는지를 물어보는 뜬금없는 질문부터 시작해서, 무슨 목적으로 이런 인터뷰를 하는지에 관한 정보를 드라마 종반까지 조금씩 나눠서 툭툭 던져주는 형식이다. 


마티 하트

현재 보안 회사를 운영중인 전직 형사 마티 하트. 


러스트 콜

현재 뭘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전직 형사 러스트 콜. 


드라마의 대략적인 스토리는, 2012년 현재 루이지애나 레이크찰스에서 일어난 악마숭배 광신도의 짓으로 추정되는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17년 전 유사한 사건을 수사했던 두 전직 형사를 데려다가 사건에 관한 정보를 얻는 걸로 시작되는데, 12년 현재와 95년의 상황이 드라마 내내 교차된다. 

굳이 전직 형사까지 동원한 이유는 05년 태풍 리타때 예전 자료가 전부 소실됐기 때문인데, 다른 의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95년 살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마티 하트와 러스트 콜은 파트너가 된지 3개월 째로, 너무 다른 성향 때문에 상당히 껄끄러운 파트너쉽을 이루는 관계였다. 

(그 이후 7년간 파트너)

콜은 치밀한 사건 현장 조사와 남다른 직관력, 큼직한 장부같은 노트를 가지고 다니며 꼼꼼하게 메모하는 습관때문에 '세무 공무원'이라는 별명을 갖고있고 여러모로 평범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95년 오컬트적인 살인 사건을 조사하던 두 형사는 5년전에 실종된 10세 여자아이에 관해서도 조사하게 되고, 결국 그 실종사건도 살인 사건의 범인과 관계가 있을거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드라마 전개 내내 두 전직 형사를 인터뷰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다가, 막판에 경찰이 현재 일어난 살인 사건 파일을 콜에게 넘겨주면서, 다음회를 위한 떡밥을 투척하고 1편 종료. 


사건 수사중인 러스트와 마티

이 드라마의 의의는 매튜 매커너히의 재발견이다. 

매커너히가 나온 영화는 몇편밖에 못봤지만, 워낙 존재감이 없어서 딱히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생각은 안해봤는데, 이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연기력에 정말 놀랐다. 

상대적으로 평범한 인물을 연기하는 우디 해럴슨의 연기도 자연스러움 그 자체인데, 역시 미국 영화판에서 이름값 좀 있다 하는 배우들의 연기력 레벨은 차원이 다르다. 


생각해보니 예전에 타임투킬도 봤었는데, 매튜 매커너히의 존재감이 얼마나 없었으면, 그 영화에 나온 배우는 새뮤얼 잭슨과 산드라 불락 정도밖에 기억이 안 날 정도다. 

내게는 그냥 뺀질 느끼한 여피족 변호사 이미지에 그저 그런 연기력에 존재감도 없는 배우가 바로 매튜 매커너히였다. 

거기다 마약 문제로 경찰과 소동을 일으킨 이후로는 정말 비호감의 최고봉에다 완전히 관심밖으로 밀려난 인물이었는데...


그리고 얼굴도 너무 변해서 콜이 처음 등장했을때는 매튜 매커너히인지도 못 알아봤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엄청나게 감량한 이후에 찍은게 트루 디텍티브라 그런지....) 

산발하고 나온 인터뷰 장면이 차라리 원래 얼굴에 가깝고, 95년 과거 시점에 첫 등장했을때는 매커너히 인지도 못 알아봤음. 

그런데 또 그 얼굴이 드라마 분위기나 캐릭터의 성격에 더 잘 어울린다는게 함정. 


꼭 한 번 볼만한 가치가 있는 드라마, True Detective. 



[2014-01-20 작성]